億丈억장
김주혜
10년 동안 자리 잡힐 대로 잡힌 봉분을 파헤치기로 했다. 背山臨水 左靑龍 右白虎
누가 봐도 명당자리에 아버지집을 짓고,잊을 만하면 술 석 잔 뿌리고 효녀인 양 살다가.
죽을 듯이 삶에 지칠 즈음 아무래도 이 팔자가 꼬인 것은 명당값도 못하는 조상탓인 것
같아 아버지집을 허물기로 했다. 한 삽 한 삽 퍼올리는 동안, 시간의 켜를 허물고 나는
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10년 동안 아무도 몰래 흘린 눈물로 흠뻑
젖은 채 오들오들 떨고 계신 아버지를 붙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