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 避靜
바람이 앞가슴에 죄처럼 달라붙는 북한산 정상, 발을 디딜 때마다 나무들이 기우뚱했다. 천근처럼 무거운 내 발목을 붙잡고 붉은 병정개미들이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누군가 바위 끝에 솔방울을 매달고 예수처럼 팔 벌려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 나무들 일제히 현기증을 일으키며 어깨를 부여잡고, 산철쭉은 상기된 채 돌아앉아 몸서리친다. 모두들 손바닥으로 입을 모으고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는 틈에서 붉은 흙을 입에 문 병정개미들은 줄을 잇고, 나무뿌리는 자꾸만 내 발목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