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김주혜 탐스럽게 가슴을 연, 그 희디흰 젖줄을 빨아올린 대지에 광채처럼 종소리가 쏟아진다 초록과 황금의 불꽃이 하늘을 밀어올린다 땅과 하늘 사이, 그 투명함 속에서 나는 웬지 자꾸 허기가 졌다. 목이 말랐다. 목마른 사과나무가 되어 그늘진 빛 사이 바람의 숨결을 듣는다 피리소리도 들려왔다 손가락 마디마다 푸르른 즙액이 튀었다 목소리, 작은 목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불현듯 명치 끝에서 한웅큼의 끼가 치밀었다 나를 들뜨게 하는 그 가벼움 속으로 종소리가 바다 뒤채이는 소리를 몰고 왔다 덩실덩실 흔들리는 바다, 하늘, 사과나무에서 옷벗는 소리가 나고 축축한 어둠이 스테파네트의 별을 데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