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푸코의 추-마취

주혜1 2007. 4. 26. 16:01
푸코의 추 / 마취
 
                        김주혜

푸코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는 늘 줄담배를 피웠고
계속해서 마셔댔다
나는 밑바닥에 남은 마지막 술을
그의 온기가 남아있는 술잔에 따랐다
담배도 한 가치 손에 들었다
연필은 너무 멀리 있었고
책에 적힌 글씨는 너무 작았다
술집, 모래시계에서 한 쌍의 남녀가 나왔다
그들은 서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붕어빵 장사가 신경질적으로 빵틀을 뒤집는다
나는 망설였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졸음이 왔다. 술잔을 입에 댔다
굶주린 글씨들이 후루룩 목구멍에 달라붙었다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글씨들의 공격에
쫓기는 사람처럼 뛰기 시작했다.
가슴에서 공기 빠져나가는 소리가 났다
내 앞에 유리창이 있었고,
올림픽대교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푸코가 내 손목에 추를 매달고
비밀처럼 잔잔한 호흡을 내쉬었다
추 밑으로 지구는 돌고,
나는 이제 동작을 멈추어야 한다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은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가 아프다는데  (0) 2007.04.26
주홍글씨  (0) 2007.04.26
루즈 선전처럼 세상은......  (0) 2007.04.26
바다는 잠들고  (0) 2007.04.26
지구의 날 세미나  (0) 200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