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 콤팩트를 들여다보는 여자
를 훔쳐보는 사내
그 사내를 의식하고 미소짓는 여자
기적소리가 울리고 기차는,
깜깜한 굴속으로. 한동안 어둠...
굴 밖, 여자와 남자의 앉은 위치가 바뀌어져 있고
여자가 샐샐 웃으며'잘 묻어나지 않죠?'
나보고 물어본다. 세상에, 별일도 다 많지
그새 일을 벌였단 말인가?
묻어나지 않으니, 남의 남자하고, 깜깜한 굴속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안심하고,
하라고...? 세상에, 세상에
채널을 돌리니
이번엔 정장을 한 사내가
벽에 기대어 실금실금 웃고 있다
그의 입술이 온통 붉은 칠이다
방금 누군가 마구 비벼대고 떠나간 모양이다
그의 입술이 클로즈업되고
실금실금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이 클로즈업되고
어느 여자인지 묻어나는 루즈로
그를, 멀끔한 저 사내를
환한 대낮에 밖에서 겁탈을 한 게로구나. 세상에, 세상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