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위험신호

주혜1 2007. 4. 26. 16:03
위험신호



남한산성을 내려가다 멋진
남자를 만나 태우고 가라며 일러주는
전영주 시인의 말을
나는 곧이들었다
좌측으로 돌아 또다시 우측을 돌고
굽이굽이 벼랑길을 돌아 내려오며
샅샅이 둘러보아도 멋진
남자는커녕 그림자도 없었다
이상하다, 내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나
사방에서 바람과 나뭇잎이 히히덕거렸다
나는 그들의 말을 엿들으려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내가 엿듣는 세계
그들이 엿보는 세계
그 속에서 끼기긱 햇빛이 찢어지고
어디에선가
번쩍, 위험신호를 보내온다
길이 끊어지고 구슬픈 뽕짝 가요가
심수봉의 목젖 안에 매달려 떨고 있다
-당신은 배, 나는 항구
저쯤에서 누군가 손짓하고 있다
배가 도착하고 있다는 소식인가
정말로 멋진 바다로 가면
나는 근사한 항구가 되련다.
브레이크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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