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속죄양

주혜1 2007. 4. 26. 16:04
속죄양



숲으로 가는 길은
멀다.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죄고
셔터를 열었다. 될수록 많은 빛을
통과시키리라.

침을 질질 흘리며 바닥을 뒹구는 나무
자벌레처럼 엉덩이를 하늘로 들어올리며 기는 나무
머리가 몸 전체 절반만큼 되는 나무
하루종일 벽에다 이마를 부딪치는 나무
쥐어뜯고 할퀴어서 상처투성이가 된 나무
옹이마다 각각 다른 곳을 응시하며
칵칵 비명을 토해내는 나무
부들부들 다리를 저는 나무
우왁우왁 소리를 질러대는 나무.


나무들이 사는 방 속에서
찍혀진 네가 필름을 들여다 보는
이곳은 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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