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소금쟁이

주혜1 2007. 4. 26. 16:17
소금쟁이

김주혜


빗방울 전주곡이 흐르는 창가에 앉아
물수제비 뜨는 소금쟁이를 본다
수면은 몸 비비며 은빛 날개를 펴고
생명의 한가운데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꽃이파리 하나 파르르
젖지도 않은 채 떨고 있다

절정의 순간에 떨어져 내린
꽃잎사이를 빠질 듯 빠질 듯 헤쳐가며
상처뿐인 시간의 굴레 앞에 엎드려
수면에 비친 제 모습에 통곡하고 있다.

외로움도 정이 드는가
명치끝에 달려 축축한 어둠을 몰고 오는
오래된 기억은
가물거리는 수표 위에서
더욱 선명한 눈빛으로 다가오고

빗물은 방울방울
소금쟁이의 지친 발목을 적시며
폭풍 전야처럼 조용히
떠나기 위한
생의 마지막 절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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