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르완다

주혜1 2007. 4. 26. 16:45
르완다



젖은 쥐 한 마리가
수돗가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어젯밤 내가 내린 처방은
굶주림에 지친 그에게 좋은 미끼였고
지금, 그는 내 앞에서 죽어가고 있다
검고 둥근 눈을 아프게 뜬 채.

- 제 아이를 살려 주세요
파리 떼들이 수없이 달라붙는
난민촌 막사 안,
죽어 가는 어미의 젖꼭지를 놓지 않는
르완다 어린이의 눈과 스러져가는 어미의 눈.


물 한 모금 넘길 수조차 없는
앙상한 얼굴에
윤기마저 도는 검은 눈망울이
가슴을 친다.

- 제 아이를 살려 주세요
마침내 죽은 쥐를 위해
젖가슴을 헤치듯 땅을 팠다
그러나 아, 이를 어쩌랴
그곳엔 눈도 안 뜬 하얀 새끼들이
애타게 에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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