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주혜1 2007. 11. 9. 15:35

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김주혜

사방무늬들이 어깨동무를 한다

사각의 나의 방들도 함께 어울린다

돌을 들어 한 귀퉁이에 작은 집을 세운다

이름 석 자  새겨 하얀 문패를 달았다

대각선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검은 섬이 떠올랐다

오늘은 쉽게 집을 지을 수 있겠다

섬에서 그를 만났고 우리는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늘 함께 기다렸다

백양나무 울타리를 완성하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거대한 검은 호수가 입을 벌렸다

발 한 쪽이 휘청이더니 빙글 돌기 시작했다

울타리를 의지하며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 둘씩 무너지는 꿈,

얽힌 실타래같이 구겨져 뒹구는 사각의 나의 방들...

노적가리는 불타고, 귓등을 치는 웃음소리

마지막 초읽기까지 버티자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옳았다.그러나

떠나려 하면 할수록 짓눌려오는 미련 때문에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것을

버리기에는, 버리기에는

나에겐 너무나 큰 성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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