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스크랩] 텔레만을 듣는 새벽

주혜1 2008. 1. 11. 21:50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비가 온다. 물방울들은 부드러움과 매끄러움 그리고 카리스마를 갖추고 주위를 
    끌어당긴다. 12개의 바이올린이 흐느끼기 시작하자 빗소리를 축으로 한 첼로가 
    한 줌의 흙이 되어 아스러질 몸을 끌어안고 펑펑 운다. 바람은 창문을 두드리며 
    오열하고 귓불에 엉켜있던 음파들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비릿하고 촉촉한 물길을 
    틀며 물방울들이 점차 위험수위를 높이며 달팽이관을 흔들어댄다. 아, 이쯤에서 
    눈을 감자. 간극을 넘나들며 음파들이 내 몸을 읽어댄다. 그러나 내 귀는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새벽.
                                                    -'07 본질과 현상 겨울호-
    
출처 : 텔레만을 듣는 새벽
글쓴이 : 주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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