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피리소리 김주혜 속이 패이고 마디가 있는 부분들이 예리한 칼로 잘려나갔다 마디 하나 없는 텅빈 공간으로 어둠의 혼이 지나간다 소리의 방들이 하나씩 하나씩 열리고 그곳으로 산허리를 돌아 보이지 않는 강이 흐른다 초록 물살 안고 강변에 서 있는 사람이 흔들거린다 열린 방마다 안개비가 내리고 비에 젖어 돋아나는 풀잎, 풀잎, 풀잎 곡이 되어 묻고 있다 돌아갈 날이 언제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