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뷔린토스의 迷路*
돈다.돌기 때문에 소리가 없다
돌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돈다 돌기 때문에
빠져 나올 수 없다
크노소스 궁전에 쓰러져 잠들고 있는 그는
떡갈나무아래 누워 아직도
크레타의 입성을 꿈꾸고 있는가
누이인 헤라를 아내로 삼고
아버지 크로노스를 몰아 낸
殺父테마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금도 속죄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건 아닌지
신다그마 광장에 찬연했던 불꽃이 언제냐는 듯
성기 잘린 우라노스의 비명소리도
에게해의 거품으로 잉태한 비너스의 환영도
쏟아지는 태양빛으로 말없이 일렁거릴 뿐
타고 남은 폐허의 오모니아로 가는 길목에서
헤시오도스는 무슨 메세지를 전하려 한것이며
실타래처럼 얽힌 파네피스티미우 거리에서
호메로스는 무엇을 남기려 했던 것인가
이쯤에서 갈릴레이도 돌았으리라
돈다.돌기 때문에 소리가 없다
돌기 때문에 용서되고 돌기 때문에 잊혀지고
돌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해되는 건 아닌지
겁탈한자와 겁탈당한자와
돈과 돈것이 구별이 안되는 것도 돌기 때문이리라
돈다 돌지 않으면 돌아버리니 돈다
그가 나를 돌고 내가 그를 돌고
내 머리가 돈다
*다에달로스가 설계했으며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
이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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