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김주혜
이름부터 슬프다.
으름나무 아래 습지 홀로 핀 봉선화를 본다
칡넝쿨 다래넝쿨 한삼넝쿨에 가려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있다.
누구일까. 이 산골짜기에 씨를 뿌리고 간 사람이
악다구니 같은 넝쿨 걷어내며
손가락마다 그리움의 꽃물 고인다.
으름나무가 으름장을 놓듯 바람이 분다
저 봉선화도 알고 있을까
저 앉은뱅이 쓱부쟁이 보랏빛 입술도 알고 있을까
으름열매 좋아하신 어머니
한아름 가득 따서 품에 안는다
다 늦은 지금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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