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고백

주혜1 2010. 12. 6. 09:25

고백

 

나는 육각형의 방을 가졌어

에메랄드의 푸른 언덕도 그곳에 있었어

한 번도 보지 못한 햇빛과 바람

아직 잠들지 못한 목련도 있었어

 

수십만 송이의 꽃으로 장식한 낙원에서

빛나는 검은 눈과 순금빛 꼬리를 자랑하며

8분의 6박자 춤도 추었지

나만의 식탁에는 언제나 파이프 오르간 음이 흘렀고

감미로운 차를 달여주는 사랑하는 이도 있었어

 

생각해 보니

6개의 점, 6개의 면, 그리고 모서리마다 맺어진

끈끈한 약속들이 웬일로 어처구니 없에 없어져야 했는지

알 길이 없었어

나의 푸른 언덕도 무너져 내리고

수많은 보석들도 짧은 내 노래와 함께 빛을 잃었어

 

그러나 나는 아직 그렇게 슬프지 않아

내 죽으므로 나를 닮은 수천의 분신들이

황금의 벌들이 지금도 떼지어 태어나고 있어.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점 모시나비의 이야기  (0) 2010.12.06
달항아리 /김주혜  (0) 2010.12.06
달맞이꽃  (0) 2010.09.06
스트레스  (0) 2010.06.10
[스크랩] 오늘밤도 나는 별여행을 떠난다/ 김주혜  (0) 2010.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