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붉은 점 모시나비의 이야기

주혜1 2010. 12. 6. 09:37

 

붉은 점 모시나비의 이야기

 

                             김주혜

 

처음에 나는 방울이었어요

초록꽃 위에 한 점 이슬이었어요

푸른 매줄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호읍이었어요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동그란 나의 집이 깨지고 내 몸이 자라고 있었어요

바람도 빛도 나를 멀리 했어요

나는 한 마리 벌레라 불리웠어요

 

껍질을 벗으며 몇번씩 탈바꿈도 해봤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점점 불어났어요

나는 나를 버릴기로 했어요

 

많은 사람들을 용서하기로 했어요

혼자서 견딘 그 시간들도 잊기로 했어요

 

마디마다 숨겨놓은 내 혼의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반점이 박힌

숨막히는 기쁨의 날개를 달고 싶었어요

그것이 나의 마지막 기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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