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사랑을 실천하다 그 뜻을 다 이루기도 전에 세상을 뜨신
고 이태석 신부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소박한 음악회가
지난 토요일(13일) 양평 꼰벤뚜알 수도원에서 있었습니다.
문정동 성당의 이연수 젬마 자매님의 연출로 진행된 음악회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함께 했습니다.
신부님의 다큐 나레이션을 맡았던 이금희 아나운서는
사례금도 받지 않고 무료로 사회를 맡아주셨답니다.
티비에서 본 것보다 훨씬 이쁘고 인상도 좋아보였습니다.
좋은 심성을 갖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먼 거리에서 도촬을 하다보니 사진이 많이 흐립니다. ^^
"처음 보면서도 어디서 많이 본듯한,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태석 신부님이 그런 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란 멘트로 운을 떼며 음악회는 시작됐습니다.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묘하게 복합적인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도 했습니다.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며 음악회에 올 수 있게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의 화살기도를 쏘아 올립니다.
우리성당(문정동) 청년 음악 동호회 '아가페'의 공연으로
첫 곡 이태석 신부님의 자작곡 '묵상'이 연주됐습니다.
신부님이 16살 어린 나이에 만들었다는 이 곡은
인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고 사랑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묵상
- 이태석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님께 물었네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만해야 하느냐고
조용한 침묵속에서 주 말씀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신부님과 암투병 동기인 형제님 한 분이 나와 신부님과의 추억을 이야기 할 땐
먹먹함이 밀려와 가슴이 아팠지만
그 내용은 신부님의 어린애와 같은 모습들이어서 미소를 머금게도 했습니다
이 음악회를 기획하신 윤종일 디도(맞는지 자신이 없지만..ㅠㅠ)신부님의 한 말씀에 이은
노래 한 곡 의 제목은 '동숙의 노래'였습니다.
부인이 암 투병중이시라는 한 형제님의 정성어린(?) 기타 연주도 있었습니다.
손이 곱아 힘드셨을텐데도 끝까지 연주를 하셨습니다.
사실 시간이 갈수록 정말 추웠거든요.
달달 떨며 감상한 음악회도 흔치 않을겁니다. ^^
자신의 연주에 만족하지 못하신 형제님은 노래와 더불어 한 곡을 더 소화시키셨습니다.
친절한 금희씨의 멘트가 있었구요.
이태리에서 날아오셨다는 성악가의 연주곡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넬라판타지아'
이태석 신부님의 형 이태영 마리요셉 신부님의 인터뷰
이금희 아나운서가 물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사제의 길을 선택한데는 형의 영향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신부님이 답했습니다.
"전혀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사실 어머니의 반대가 있어 끝까지 버티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하느님이 자신을 자꾸 부르신다며 어머니를 설득했다"고...
동생을 추억하는 형의 목소리가 촉촉하게 들릴 때쯤
하늘과 눈을 마주쳤더니 얇은 구름 이불을 살짝 덮어 줍니다.
형 신부님이 동생의 자작곡 노래를 부르며
한 번씩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는 모습에서
동생을 잃은 헛헛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어머니가 넘어지셔서 다치시는 바람에
다른 식구들도 모두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어
형 신부님이 대표로 참석한 것처럼 돼 버렸답니다.
신부님의 막내 동생이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 하는데
올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기타까지 치게 됐다며 쓸쓸하게(?) 연주를 하셨습니다.
하늘엔 구름이 천천히 자리를 옮기고,
개울에 흐르는 물도 소리없이 아주 조금씩 자리 이동을 합니다.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하니 신부님의 모습이 영상 속에서 조금씩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가페' 청년 단원들의 노래가 마지막 순서로 연주됐습니다.
한 가족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신부님과 작별하고 자리 정리를 할 때쯤엔 어둠이 제법 낮게 깔리고 있었습니다.
주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몸과 마음을 다해 보여주고 떠난
이태석 신부님의 숭고한 뜻이 훼손되지 않고 잘 이어져 나가기를 기도합니다.
신부님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을 알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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