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김주혜
새벽강에는 잠들지 못한 철새가 있다
종종거리는 물옥잠이 단장을 하고
스크렁풀 거칠게 몸 흔들면
청둥오리 제일 먼저 아침을 연다
지루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되랴
다리 긴 왜가리가 긴 기다림으로
일그러진 목을 가누며 먹이를 찾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물고기가
빈 물방울을 뿜어올린다.
물방울 속에 얼굴 하나 솟아오른다
강물을 가르며 태양이 들어선다
새벽강이 사라지고 풀들 일제히 일어서서
씨를 떨구며
흔들리는 물살 마디마디 숭숭
구멍 뚫린 가슴으로 들어와 앉는 한 사람 있어
내 볼이 다시금 불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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