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지루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주혜1 2011. 5. 10. 08:53

백로

 

지루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김주혜

 

새벽강에는 잠들지 못한 철새가 있다

종종거리는 물옥잠이 단장을 하고

스크렁풀 거칠게 몸 흔들면

청둥오리 제일 먼저 아침을 연다

 

지루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되랴

다리 긴 왜가리가 긴 기다림으로

일그러진 목을 가누며 먹이를 찾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물고기가

빈 물방울을 뿜어올린다.

물방울 속에 얼굴 하나 솟아오른다

 

강물을 가르며 태양이 들어선다

새벽강이 사라지고 풀들 일제히 일어서서

씨를 떨구며

흔들리는 물살 마디마디 숭숭

구멍 뚫린 가슴으로 들어와 앉는 한 사람 있어

내 볼이 다시금 불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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