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김주혜
비가 온다. 물방울들은 부드러움과 매끄러움 그리고 카리스마를 갖추고 주위를 끌어당긴다. 12개의 바이 올린이 흐느끼기 시작하자 빗소리를 축으로 한 레코더 가 한 줌의 흙이 되어 아스러질 기타를 끌어안고 평펑 울고 있다. 바람은 창문을 두드리며 오열하고 귓불에 엉켜있던 음파들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비릿하고 촉촉 한 물길을 튼다. 물방울들은 점차 위험수위를 넘어 달 팽이관을 흔들어댄다. 아, 이쯤에서 눈을 감자. 간극을 넘나들며 물방울들이 내 몸을 읽어낸다. 그러나 내 귀 는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듣는 새벽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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