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픈 이야기

안락사 장면 생방송 논란

주혜1 2011. 8. 16. 10:30

 

BBC방송이 지병을 앓아온 한 백만장자가 스위스의 안락사 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 BBC 2는 13일 밤 ‘죽을 때를 선택한다’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피터 스메들리(71) 라는 이름의 백만장자 호텔 경영자가 스위스의 안락사를 도와주는 병원인 디그니타스에서 약물을 복용한 뒤 숨을 거두는 장면을 방영했다.

The more conservative view of assisted suicide is that life should be treated as sacred, for fear that people will be treated as disposable

지상파 방송이 자살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을 내보낸 것은 처음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유명 판타지 소설 작가이자 알츠하이머병 질환을 앓고 있는 테리 프라쳇(63. Terry Pratchett)이 스메들리와 동행하며 제작한 것이다.

Terry Pratchett

Terry Pratchett

스메들리는 손과 다리가 약해지며 근육이 경직되는 병을 앓아와 움직이기도, 말을 하기도, 음식을 삼키기도 힘든 상태였다.

스메들리는 자택을 떠나기 직전 프라쳇에게 “내 상태가 이제 곧 가야할 시점까지 악화됐다”면서 자살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Peter Smedley

Millionaire hotel owner Mr Smedley gave Sir Terry and his crew permission to film the moment that he drank poison to end his life shortly before Christmas last year

스메들리가 자택에서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습과 스위스 디그니타스에서 아내와 병원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초콜릿과 함께 약을 먹는 장면 등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잠시 뒤 그는 숨이 막혀 물을 달라고 요구하다가 40년을 함께 해온 아내 크리스틴(60)의 손을 잡은채 긴 수면에 빠져들었다.

Peter Smedley after he has taken a fatal drug: The programme makers have been accused of 'romanticising' and 'normalising' assisted death

Mr Smedley 씨가 물약을 먹고 조용히 하늘나라로 가고있다.

Mr Smedley takes the deadly barbituates. The BBC has already been branded a 'cheerleader' for the practice

독약을 마시고 있는 장면을 보조의사와 부인 (검정색옷을 입은사람) 이 지켜보오있다.

A last goodbye: Christine Smedley kisses her husband as he tells her to 'be strong, my darling'

마지막 생을 다하는 순간 부인과 이별의 키스를 하고있는 모습

Final moments: Mr Smedley (left) shakes hands with Sir Terry Pratchett at the Swiss clinic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Mr. Smedley 씨와 의사 Sr.Terry Pratchett - 스위스 클리닉에서

Holding his hand, Mr Smedley's wife watches as he passes away at the Dignitas clinic

병원 관계자는 TV 카메라를 향해 “의식을 잃어가고 있다. 곧 호흡과 심장 박동이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디그니타스에서는 지난 12년간 불치병을 앓아온 1천100명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끊었다.

영국은 자살을 돕거나 부추기거나 조언할 경우 처벌하고 있어 그동안 100여명의 불치병 환자들이 스위스로 ‘자살 여행’을 떠났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실제 13일 방영되자 시청자들과 안락사 찬반 단체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재연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BBC가 자살을 동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면서 모방 자살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BBC는 “시청자들에게 안락사 문제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취지”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다큐멘터리를 진행한 테리는 BBC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치명적인 병에 걸린 사람이 고통을 겪는 것 보다는 약물의 도움을 받아 평온하게 죽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리는 14일에도 BBC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자살을 도와주는 것이 유럽의 3개 나라와 미국 등에서 실제 행해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바람에 영국인들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아픈 몸을 끌고 스위스로 가야만 한다”고 프로그램 방영을 옹호했다.

그러나 마이클 나지르 알리 영국 성공회 주교는 성명을 통해 “자살은 모방을 부를 수 있고 언론은 모방 자살 등에 대해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면서 “방영하기 전에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하게 고려해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단체의 활동가인 리즈 카도 “BBC가 자살에 옹호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데 충격을 받았다”면서 “장애인들이나 불치병 환자들은 조력 자살을 합법화할 경우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지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Terry Pratchett: Choosing to Die

Episode image for Terry Pratchett: Choosing to Die

In a frank and personal documentary, author Sir Terry Pratchett considers how he might choose to end his life. Diagnosed with Alzheimer's in 2008, Terry wants to know whether he might be able to end his life before his disease takes over.

Travelling to the Dignitas Clinic in Switzerland, Terry witnesses first hand the procedures set out for assisted death, and confronts the point at which he would have to take the lethal dr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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