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추억만들기 김주혜 바람소리가 심해지는 날이면 겨울숲으로 갔어 뻐가 드러난 나무등걸에 앉아 장수하늘소며 사슴벌레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지 곧 무너져내릴 산마루가 되어 내 손에 도토리를 쥐어주고 떠났었지 지금 내 주머니 속에 아직도 그날의 온기가 느껴지는 도토리 몇 알이 목소리가 되어 장수하늘소의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있어 바람막이 없는 소나무 곁 날카로운 봉우리 하나 솟아 아득해지더니 까슬까슬한 바람이 햇살을 가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