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약속의 정원

주혜1 2012. 5. 9. 21:06

약속의 정원

 

                  김주혜

 

해마다 오월이 오면,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가꾸겠다고

약속한 저희들의 정원을 돌아봅니다.

 

이웃사랑의 정원

믿음과 봉사의 정원

회개와 용서의 정원

그리고

나눔과 감사의 정원....

 

부끄럽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 다 바친다고

입으로만 되뇌이고 실천하지 않은 탓으로

자갈과 잡초만이 무성한 정원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촛불 켜고 머리 숙이는 것도 모두

저희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함입니다.

 

어머니의 고통과 눈물, 가슴앓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가슴 쓸어달라는 응석받이로

여기 모여 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저희들이 돌보지 않는 동안에도

어머니께서는 한결같이

하느님께 전구하시고 사랑의 샘물로 키우신

그 자비로우신 손길로

오색찬란한 향기 가득한 정원이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또다시 이 꽃들로

어머니 머리에 화관을 얹어드리며

다시 약속드립니다.

 

더러는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거나

더러는 물질적 어려움으로 고통 받거나

더러는 신뢰받지 못하여 눈물 흘리거나,

질병으로 주님을 원망하게 될지라도

 

성모님 발아래 타오르는 촛불처럼

뜨거운 그 사랑을 기억하며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저를 비추겠습니다.

 

남의 말을 할 때에는 거울 앞에 서게 하시고

남에게 받은 친절은 작은 것이라도 다 기억하게 하시고

내가 베푼 것은 큰 것이라도 잊게 하소서

 

주님의 일이라면

그 일밖에 할 수 없는 것처럼 열정을 주시고

바쁠 때일수록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게 해 주소서

 

사랑의 결핍으로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하여

한마음이 되지 못한 종교인들을 위하여

폭력과 전쟁의 망상으로 헤매는 북녘 동포들을 위하여

 

어머니께서 사촌언니 엘리사벳에게 봉사하셨듯이

잃어버린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으셨듯이

오늘 저희들이 받은 이 신령한 기쁨이

꽃향기에 실려 나자렛 성가정을 찾아갑니다.

 

성모어머니,

어머니 앞에 서면 어린아이로 돌아가 편안해집니다.

두 팔 벌려 포근히 안아주십니다.

 

내 앞에서 펑펑펑 마음껏 울어보거라

내 앞에서 쾅쾅쾅 마음껏 가슴을 쳐보거라

내 앞에서 하하하 마음껏 웃어보거라

 

감사합니다.어머니

다음해에는 봉사와 겸손으로

더욱 더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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