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바다
김주혜
네가 얼굴부터 붉히는 이유가 뭐야
하늘이 푸르고 태양이 빛나는 것이
반쯤은 너 때문일 수도 있겠지
가끔 마른번개 꽂힐 때
탱탱하게 물오른
두 볼에 든 모든 추억들을
더 이상 가둬둘 수 없음도 알아
네가 푸른 옷을 입고 창밖에 서 있을 때
네게선 이미 파도소리가 났어
지치고 파리해 보였지만 흡사
아름다운 조각 같았지
나는 손을 내밀지는 않았지만
바다가 너를 안고 쓰러질 때
입안 가득 고여오는 시새움에 눈을 감았어
자갈들은 바글바글 떠들어댔고
뒤쫓아오는 햇빛에
너는 물속으로 물속으로 도망을 쳤지
'참 신선하구나' 하고 느꼈어
이 밤, 나도 너처럼 얼굴 붉힐 일 하나 찾아볼까.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포도나무, 포도의 눈물 (0) | 2013.10.25 |
---|---|
[스크랩] 에밀리 디킨슨에게 (0) | 2013.10.25 |
지하철 시 (0) | 2013.10.08 |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0) | 2013.09.26 |
지하철역 방화벽에 실린 내 시 침묵편지 (0) | 2013.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