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일몰.1

주혜1 2013. 10. 26. 11:01

 
      일몰.1 김주혜 강이 먼저 주홍빛 자리를 편다 서서히 주저앉는 그를 지켜보는 일은 잔인하다 폭발적인 힘을 가진 그가 저렇듯 약해지다니 지저귀던 새들도 둥지를 튼 지 오래 하나둘씩 켜지는 등불 아래 그는 눈부시도록 위대한 준비를 한다 황금빛 강 사이로 붉은 길을 열고 흰 무명 바지저고리 살포시 여미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듯 힘겨운 이별 숨을 몰아쉰다 꼼짝 않는 내 어깨를 도닥이며 처음부터 나는 혼자였다고 주는 것밖에 할 줄 모르던 그가 가져가는 게 많아 미안하단다 그는 찬란했다. 다만, 외로운 생의 전부를 토해놓느라 잠시 숨가쁠 뿐인 그를 바라보는 강물이 더 아파하는 거추장스런 허물을 벗는 마지막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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