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피리소리

주혜1 2013. 10. 31. 17:28

피리소리

 

          김주혜

 

속이 패이고

마디가 있는 부분들이

예리한 칼로 잘려나갔다

마디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으로

어둠의 혼이 지나가고

소리의 방들이 하나씩 하나씩 열린다

그곳으로

산허리를 돌아

보이지 않는 강이 흐르면

초록 물살 안고

강변에 서 있는 내가 흔들린다

열린 방마다 안개비 내리고

비에 젖어 돋아나는 풀잎과 꽃들

곡이 되어 묻고 있다

돌아갈 날이 언제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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