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점 모시나비의 이야기
김주혜
처음에 나는 방울이었어요.
초록꽃 위에 한 점 이슬이었어요.
푸른 맥줄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호흡이었어요.
바람이 몹시 부느 어느날
동그란 나의 집이 깨어지고 내 몸이 자라고 있었어요
바람도 빛도 나를 멀리 했어요
나는 한 마리 벌레라 불리웠어요
껍질을 벗으며 몇 번씩 탈바꿈도 해봤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점점 불어났어요
나는 나를 버리기로 했어요
많은 사람들을 용서하기로 했어요
혼자서 견딘 그 시간들도 잊기로 했어요
마디마다 숨겨놓은 내 혼의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반점이 박힌
숨막히는 기쁨의 날개를 달고 싶었어요
그것이 나의 마지막 기도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