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지구가 아프다는데

주혜1 2013. 11. 5. 18:07

지구가 아프다는데

                            김주혜
            
된장찌개 좀 끓이지
아침부터 웬 찌개 타령이람
투덜대며 두부를 자르다 손가락을 베었다
아주 작은 상처 주위로
물려드는 통증
날 선 칼을 놓고
손목을 움켜쥐며 발을 동동
렌지 위에 된장찌개는 팔팔 끓고
나는 빨간약 빨간약 하며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피가 둑둑 떨어지는 손가락을 내보이며
지구가 아픈 표정을 짓자
엄살은 되게 하네
쳐다보지도 않는다
피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빨며
인정머리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지
거품을 부글부글 올리며 끓는 국에
두부를 집어 넣으며
나도 부글부글
지구가 아프다는데 담배는 뻑뻑 피워대고
샴푸 좀 그만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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