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속죄양

주혜1 2013. 11. 5. 18:06

속죄양

                     김주혜

숲으로 가는 길은 멀다.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조이고
셔터를 열었다 
될수록 많은 빛을 통과시키리라.

바닥을 뒹굴며 구름을 만드는 나무
자벌레처럼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재주부리는 나무
머리가 몸 전체 절반이나 되는 나무
하루종일 벽에다 그림을 그리는 나무
가슴을 쥐어뜯어 벌겋게 상처투성이가 된 나무
옹이마다 각각 다른 곳을 응시하며
연신 웃음을 토해내는 나무
부들부들 사랑이 고파 허기진 나무
우왁우왁 노래를 질러대는 나무

나무들이 사는 방안에서
찍혀진 네가-필름을 들여다보는
내 눈이 부시다.

이곳은 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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