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픈 이야기

[스크랩] 근원수필 -김용준

주혜1 2014. 4. 22. 10:19




"모든 위대한 예술은 결국 완성된 인격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되기 전에 예술이 나올 수는 없다. 미(美)는 곧 선(善)이다. 미는 기술의 연마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인격의 행위화에서 완전한 미는 성립된다. 기술을 부육(膚肉.피부와 살)이라면 인격은 근골(筋骨.근육과 뼈)이다. 든든한 근골과 유연한 부육이 서로 합일될 때 비로소 미의 영혼은 서식(捿息)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소감'에서)

"<수원시화>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곽휘원은 집에 편지(家信)를 부칠 때 잘못하여 편지 대신 백지를 넣어 보냈다.
그 아내가 답시를 부쳐 왔는데,

벽사창(푸른 비단 창)에 기대어 어른의 글월을 받자오니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흰 종이뿐이오라
아마도 어른께서 이 몸을 그리워하심이
차라리 말 아니하려는 뜻을 전하고자 하심인 듯하여이다.

..........(중 략) .....
어느 한 모퉁이 빈 구석이 없고서는 시나 그림이 나올 수 없다.
백지를 넣어보낸 곽희원이 실수면 실수지 바보는 아니리라.
이러한 실수는 아름답기 한없는 실수다." ('시詩와 화畵' 에서)

" 인생이란 세상에 태어날 때 털올 하나 가지고 온 것이 없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도 털올 하나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물욕(物慾)의 허망함이 이러하다.
많은 친구를 사귀어 보고 여러가지 일을 같이 경영해 보았으나 의리나 우정이나 사교란 것이 어느 것 하나 이욕(利慾)의 앞에서 배신을 당해 보지 않은 것이 없다.
?순수하다는 것을 정신의 결합에서밖에는 찾을 길이 없다.??????
?이 정신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직 종교의 세계와 예술의 세계에서뿐이다." ('육장후기'에서)

- 미술사학자 김용준(1904~1967), <근원수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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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원수필 (近園隨筆)
1948년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 출신의 김용준이 발표한 수필집.

김용준은 한국화가·미술평론가이자 수필가로 1904년(고종 41)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 지역에서 태어났다. 호는 근원(近園)·선부(善夫)·검려(黔驢)·우산(牛山)·노시산방주인(老枾山房主人) 등이며, 이 가운데 근원(近園)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946년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창설에 참여해 동양화과 교수를 지낸 뒤 1948년 동국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월북하여 평양미술대학 교수가 되었다.

김용준은 문(文)·사(史)·철(哲)을 겸비한 화가·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 수필가로서 한국 미술사에 크게 이바지하였을 뿐 아니라 한국 수필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저서에 『근원수필』 외에 월북 직전 출간한 『조선미술대요』(1949)와 북한에서 출간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1958) 등이 있다.

2000년 기존의 『근원수필』을 바탕으로 새로 발굴한 수필 23편과 스케치 몇 점을 보태 『근원 김용준 전집』의 제1권으로 『새 근원수필』(열화당)이 출간되었다.

『근원수필』에는 「매화」, 「검려지기(黔驢之技)」, 「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 「추사(秋史) 글씨」, 「노시산방기(老柿山房記)」, 「원수원(袁隨園)과 정판교(鄭板橋)와 빙허(憑虛)와 나와」, 「승가사(僧伽寺)의 두 고적(古蹟)」 등 30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김용준은 수필을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으로서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글.”이라고 말하였는데, 『근원수필』에는 당시의 사상 체계를 꿰뚫어 보면서도 옛것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였던 김용준의 문(文)· 사(史)· 철(哲)이 잘 녹아 있으며, 예스럽고 담박하면서도 격조 높은 언어 구사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근원수필』은 한국 현대 수필의 근원으로 일컬어지며, 수필 문장의 진정한 맛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현재도 『근원수필』은 ‘문학과 비(非)문학의 장르 구분을 넘어 광복 전후 남겨진 문장 가운데 가장 순도 높은 글’, ‘한국 수필 문학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국 수필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백과사전)

출처 : 서울창신초등학교 48회동창회
글쓴이 : 바우 손병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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