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아버지의 빈 지게

주혜1 2014. 5. 9. 12:39


아버지의 빈 지게

                                       --- 시 / 리울 김형태

고향집 외양간 옆
아버지의 빈 지게가 우두커니 앉아있다
금방이라도 아버지 등에 업혀
불끈 일어설 것 같은 지게……
나는 한 번도 아버지 등에 업혀보지 못했거늘
너는 평생을 아버지 등에 업혀서 살았구나
아버지는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 것일까?
너의 어디가 좋아 그렇게 노상 업고 다녔을까?
나도 아버지처럼 너를 업어본다
그러나 네 무게에 짓눌려 일어날 수가 없구나
아버지의 땀방울을 하늘 가득 짊어진 너
너는 결코 빈 지게가 아니었구나


 

 

 아버지의 육성

                              --- 시 / 리울 김형태

귓전으로 쏟아지는 천둥소리에
뒤척이다 잠 깨어 보니,

드렁드렁 아버지가 코를 골며 주무십니다.
방안을 가득 채운 아버지의 뜨거운 음성……

낮에만 밭을 가는 줄 알았는데
밤에도 쟁기질에 땀을 흘리는지
황소울음 쟁쟁……

늘 말이 없으신 아버지
무언(無言)으로 말씀하시던 아버지가
오늘은 흙빛 육성으로 밤을 새워 말씀하십니다.

내 아들아, 소처럼 살아라……
인생…… 그저, 말없이 소처럼 살면 된다……

아버지는 밤마다 말씀하신 모양인데
아들은 처음으로 귀를 열고 듣습니다.

장맛비처럼 그칠 듯 그칠 줄 모르는 아버지의 육성에,
아니 아까부터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져
더는 앉아있지를 못하고
아버지의 머리맡에 자리끼를 놓아두고 나옵니다.

은하수 가득 젖은 눈으로 밤하늘 올려다보니
견우성도 아버지처럼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소쩍소쩍 어디선가 소쩍새 피울음이 파고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