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전지剪枝

주혜1 2015. 3. 17. 10:01
      전지剪枝 김주혜 벤저민 가지가 수상하다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한쪽에서만 잎이 돋아나더니 제 몸의 생살 도려내고도 모자란 지 어린 가지에 엉겨 붙어 또아리를 틀고 있다 가만히 보니, 병들어버린 가지를 쳐주고 누렇게 변한 잎새를 떼어내 준 지난겨울부터 반란이 일어난 것 같다 오그라드는 잎, 말라비틀어지는 가지들은 보이지 않는 고통의 길을 끈적끈적 가는 중이다. 투정 하나 받아주지 않으면서 애꿎은 햇빛과 바람만 탓하면서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물 한 모금 빨아올리지 않고 가지를 버리고, 잎을 떼어내더니 끝내 눈까지 감고 시위 중인 나무를 붙잡고 허청 들린 사랑가만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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