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수은등 아래 벚꽃

주혜1 2015. 5. 12. 13:22

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제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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