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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닮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김주혜 감나무 벌레가 잎을 다 갉아먹고 땅에 떨어졌다 모래흙에 떨어져 버둥거리는 손가락마디만한 연초록의 벌레를 지나가던 새끼 오리가 붉은 주둥이로 몇 번 건드려보다 사라진다 벌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고요함 속에 연신 꿈틀거리는 이 이상하고 말없는 존재 그 삶의 버둥거림 속에서 문득 나는 나를 읽는다 한귀퉁이 잎맥이라도 붙잡고 있어야 했다고 섣불리 나무를 떠나는 게 아니었다고 아무도 길안내 해주지 않는 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무수히 솟아난 촉각을 곧추세운 채 한 마리 벌레가 온힘을 다해 몸을 뒤집는 것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나는 머지않아 그의 가슴에서 번쩍이는 날개가 솟아나올 것은 모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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