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은행나무 아래 비닐하우스 그 집

주혜1 2015. 6. 19. 09:11


      은행나무 아래 비닐하우스 그 집 김주혜 개발제한지구 비닐하우스 혼자 사는 마리아 할머니는 자유당 시절 이야기만 꺼내면 신이 난다. 토평동 벌말에 들어온 지 40여년 자식 하나 낳아보지 못했으나 영감님과 함께 심은 은행나무는 해마다 잉태하여 지천에 깔린 자식들로 다복하다. 당대 최고 정치인들과 교류하고 장안에 손꼽히는 멋쟁이 영감님과 고대광실에 스란치마 끌며 명동을 누볐으니 지금의 비닐하우스 집은 남은 생의 덤 매주 수요일이면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도 펴지고 꺼져가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행여 잊혀질까 두려워 꽁꽁 싸매둔 지난세월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면 방문객인 나와 함께 장막을 젖히고 허리 굽혀 들어온 햇살과 내게 들려보낼 까만 비닐봉지 안 은행알과 은달래, 비단냉이들도 귀 쫑긋하는 사랑과 평화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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