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연잎이 부르는 노래

주혜1 2015. 12. 26. 13:35

연잎이 부르는 노래 
                            김주혜
햇살이 탱글탱글 구르는 연잎,
그 넉넉하고 아늑한 초록 무늬 속에는
너무 밝은 빛과 
너무 깊은 어둠이 빚은 아픔이 있다.
붉고 흰 정결한 꽃잎 속에는
고즈넉한 휴식의 묘약이 있다
세상을 휘젓고 돌다 온 바람 앞에 
조용히 움직이며 부르는 노래가 있다.
여리디 여린 꽃봉오리 속 짧게 머문 교감, 
그 가볍지 않은 만남은
너와 나의 만남처럼 다만 쑤실 뿐이거늘
사람들은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닿을 수 없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르는 세레나데
뿌리 속에 꽁꽁 감춘 아픔이거늘
숭숭 구멍 뚫린 상실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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