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시에게
김주혜
너와의 만남은
지구 한 귀퉁이를 슬쩍 건드리는 일
역사의 바람이 머무는 일
씨줄과 날줄이 서로 얽히는 일
심장이 갈라져 고름이 철철 흐르는 일
고이고이 접어 숨겨둔 시간을
슬쩍 펼쳐보이는 일
동부새가 불어 언 땅을 녹이는 일
바닷물이 바위를 깨부수는 일
더듬이처럼 두 귀를 세우고,
온몸의 신경세포를 쫑긋거리는 일
더이상 오지 않는 메시지에 길목을 돌아,
눈물 지르밟고 돌아오는 일
어떻게 알려야 하나
그 가슴 저린 한때를. 평생,
흰옷 입고 입 다문 에밀리 디킨슨처럼
사랑을 잃고 나는 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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