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 만드는 길
김 주 혜
한 쪽 귀가 풀어진 채 마름질은 끝나 있었다.
풀어진 귀속으로 어제가 꿰이고
그곳은 매듭을 만들면서 한 땀 한 땀 떠가는
내 앞에 빈 터를 연다.
몸속에 자리하고 있을 잠들지 못한 꿈
말없이 감추고, 여미며......
한 올의 흩어짐도 허옹치 않는 걸음 걸음
아이의 눈썹 같은 길이 열린다.
매듭이 생기기 전에 떠났어야 했다.
실꼬리에 걸려 넘어지며 다가서는 기억들
이제 , 머리 끄덕이며 감싸자.
기다리지 않아도 지나가는 길,
돌아보면, 다진 만큼 곧고 반듯한 길,
그 길로 내 아이들이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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