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주혜1 2016. 1. 21. 18:45

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김주혜

 

사방무늬들이 어깨동무를 한다

사각의 하얀 방도 함께 어울린다.

돌을 들어 한귀퉁이에 하얀 기둥을 세우고,

이름 석 자 새겨 서까래도 올렸다

오늘은 쉽게 집을 지을 수 있겠다

섬에서 그를 만났고,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늘 기다렸다

백양나무 울타리를 완성하는 순간,

대각선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검은 섬이 떠오르더니

눈앞에 거대한 검은 호수가 입을 벌렸다

한쪽 어깨가 휘청이더니 빙그르 현기증이 났다

기우는 울타리를 잡으며 버텼다.

하나둘 무너지는 꿈

노적가리는 불타고 귓등을 치는 비웃음소리

얽힌 실타래같이 구겨져 버린

마지막 초읽기까지 버티자

버리기에는 너무나 성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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