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흐름 위에서/ 조광호신부

주혜1 2025. 9. 1. 14:37

흐름 위에서 - 영혼의 강
동검도 비가 (16)

사람의 마음에는 저마다  
깊고 푸른 강이 하나 흐른다  

달빛이 물결을 어루만지는 밤  
나는 그 강가에 홀로 서서 보았다  

한 영혼이 사무치는 그리움에 목말라  
애타는 마음으로 물속에 몸을 던지더니  
강물이 그를 안고 울며  
저 먼 물안개 속으로 데려가는 것을  

그 안개의 푸른 입김 사이로  
또 다른 이가 보였다  

두 팔로 허공을 헤치며 애원하지만  
깊이를 알지 못한 채 몸부림치다  
점점 지쳐 물속으로 스며들고  
수면에는 마지막 한숨만이  
달빛에 젖어 흩어져갔다  

강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르는  
한 사나이의 모습은 더 애절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붙잡으려  
온 힘을 다해 헤엄치지만  
무정한 흐름은 그의 울음을 삼키며  
쓰러진 그를 품에 안고  
어디론가 바람처럼 흘러갔다  

강변 버들나무 아래 선 한 사람  

애타는 마음으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한평생을 그는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건너고 싶지만 건널 수 없어  
가슴 저린 그리움만 품은 채로  
그냥 그렇게 신기루처럼  
그는 오늘도 강가에 서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슴 아프도록 아름답게 본 것은  
눈물로 숨을 고르는 야윈 눈빛의 사람이었다  

상처로 얼룩진 손으로 영혼의 노를 잡고  
한 번  또 한 번 애절히 물을 저어가며  
사무치는 사랑으로  
그는 안개 피어오르는 새벽 강을  
미풍처럼 건너가고 있었다  

그의 발목에 스민 피와 아픔도  
손끝에서 떨어지는 눈물도  
모두 강물과 하나 되어  
슬픈 빛으로 아침 물안개 속으로 번져나갔다  

문득 새벽 미풍이 눈물처럼 불어와  
물 위를 간절히 스쳐갈 때  
한 영혼이 꽃잎처럼 떠올라  
바람의 품에 안겨 강을 건너가고 있었다  

아, 저 여윈 바람같이 스쳐지나는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순간의 애틋함이여  

날개도 노도 없이  
그리움의 바람만으로  
저편 언덕에 닿는 그 애절함은  
영혼의 귀로만 들을 수 있는 노래였다  

강 건너편에서 그가 돌아보니  
강은 시간이 흘러가는 숨결이었고  
그 숨결은 모든 신음하는 존재가  
노래하는 찬미의 선율이었다  

그 강은 눈물을 별로 바꾸고 있었고  
신성의 푸른 눈은 그리움을  
하늘의 면류관에 박아놓고  
눈물겨운 기도를 조개껍질에 담아 내어놓는  
영원의 해변은 아, 놀라워라—  
신의 손바닥이었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강을 건넌 자가  
강의 심장이 되어버렸고  
크리스토포로스의 깨달음처럼  

그는 이제 투명한 피가 되어  
목마른 순례자들의 목을 적시고  
살아있는 날개가 되어  
상승과 추락의  
두 하늘 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  
눈부신 쌍무지개가 걸려있었다  

하늘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안개는  
천사들의 한숨이고  
물결 위를 스치는 바람소리는  
하느님의 자장가였다  

별들이 강물에 떨어져  
오색 다이아몬드 눈물이 되어 굴러가고  
우리네 삶은 그 신비로운 보석함 속에서  
영원의 목걸이로 엮어지고  

이제 떠내려가는 이도  
허우적대는 이도  
지쳐 쓰러지는 이도  
모두 그 품에서 울며  
서로 부둥켜안고 만나고 있었다  

거기서는 모든 물방울이 하나가 되고  
모든 슬픔이 기쁨으로 변하며  
모든 이별이 만남이 되어  
마침내 낯익은 귀향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모든 강물은 결국  
저 아득한 바다를 그리워한다  
생명의 어머니를 찾아가는  
간절한 귀향의 눈부신 코러스  

강은 사랑의 흐름이었고  
그 흐름은 생명이었다  
채찍이 아니라 어루만짐으로  
시험이 아니라 축복으로  
숭고한 사랑의 자궁 속에서  
신성의 빛을 빚어내고 있었다  

고통 속에서 우리는 온유함을 배우고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며  
흐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만난다  

삶의 깊고 푸른 강 안에서  
죽음은 깨어남의 또 다른 이름이 되고  
절망과 희망은 한 뿌리에서 자란 쌍둥이 꽃이며  
두려움과 사랑은 하나의 심장박동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그 영원의 바다로  
사랑의 고향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깊고 푸른 강이 되리라  
모두를 위한 은혜의 길이 되어  
영원히 흘러가는 생명의 강물로  
그대도 끝도 시작도 없는 바다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