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흐름 속에서/조광호닛부

주혜1 2025. 9. 6. 15:35

흐름 속에서
ㅡ유리의 물성에 대한 명상

나는 지난 사십 년, 스테인드글라스를 손끝에 안고 유리와 함께 살아왔다. 햇살이 닿으면 숨결처럼 일렁이는 색,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숨 쉬는 신비로운 빛과 함께한 시간들이었다.

유리는 작은 손자국 하나, 바람에 날린 먼지, 한 방울 빗물 자국만으로도 투명함을 흔든다.

그렇다, 인간의 마음도 그러하지 아니한가. 잠시 스치는 욕심 하나, 잠깐 스며든 상처로도 마음의 빛은 흐려지고, 그 흔적은 때때로 오랜 그림자를 남긴다.

하지만 닦으면 다시 투명해지고, 잠시 기다리면 다시 빛난다. 얼룩은 덧없는 그림자, 본래의 빛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빛은 우리의 영혼 깊은 곳에 숨은 선함과 닮아 있다.

유리는 단단하고 견고하지만, 방심하면 깨어지고, 깨어진 유리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깊이 신뢰한 관계도, 그 견고함이 클수록 부서짐의 상처도 깊다.

유리는 작은 틈만 생겨도 한순간에 깨지지만, 부서진 조각 사이로 빛은 또 다른 색으로 퍼진다.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눈부신 아름다움, 조각난 색유리가 다시 어울릴 때, 그 빛은 때로 원형 로사 창처럼 우리를 압도한다.

그것이 유리와 인간의 운명이다.

유리는 늘 경계 위에 서 있다. 투명하게 세상을 보여주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기도 한다.

그 벽 너머에는 인간이 결코 완전히 닿을 수 없는 신의 무한함이 있다. 그 경계 앞에서 우리는 숨을 고르고, 한계를 직시하며, 손끝으로 빛을 더듬고 싶어 하는 마음을 느낀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끝없는 시간을 품은 우주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순간적이고 연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계를 향해 손을 뻗고, 빛을 향한 욕망과 신의 뜻을 향한 갈망을 품는다.

불 속에서 태어난 유리는 단단해지고, 빛을 머금는다. 얼룩지고 부서져도 그 안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스테인드글라스가 햇살을 받아 무수한 색으로 번지듯, 우리의 기억과 상처도 삶의 빛으로 스며든다. 투명함 속의 경계, 견고함 속의 깨짐, 빛을 담은 허약함—우리는 늘 빛과 그림자,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를 오간다.

유리창 앞에 서면 두 세계의 경계에 선 듯하다.

바깥 세상을 비추는 유리 뒤에서, 인간의 유한함과 신의 무한함이 마주한다.
그리고 유리는 속삭인다. "너는 얼룩지고 부서질 수 있지만, 너의 깊은 곳에는 꺼지지 않는 빛이 있다.

언젠가 다시 닦이고, 다시 빛날 것이다." 그 빛 속에서 우리는, 끝없는 유한과 무한의 춤을 배우며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깨닫는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숨겨진 사실 하나가 있다.

저 창틀에 끼워져 비를 막고 바람을 막고 있는 유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실은 아주아주 미세하게 땅으로, 땅으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냥 그대로 있는 듯 보이는 저 유리창도 아주 미세하게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다.

견고하고 고정된 것으로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도 중력으로 모두가 땅으로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견고해 보이는 모든 것도 결국은 흐름 속에 있다. 인간의 삶도, 우리의 믿음도,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들도. 하지만 그 흐름 자체가 바로 생명이고, 그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영원을 만난다.

유리처럼, 우리는 투명하면서도 경계를 가지고, 견고하면서도 깨어지며, 빛을 담으면서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 천천히, 영원한 흐름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우리 모두가, 세상 모든 것이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

소멸의 흐름속에서. 출원 된
그 품속으로 환원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있다 .  

*괜히괜히너무걱정하지마라*
ㅡ가끔아주가끔
뇌리에스치는바람울리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