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주아 드 비브르

주혜1 2025. 11. 3. 22:50

주아 드 비브르
— 존재한다는 것의 기쁨

프랑스 사람들은 삶을 이야기할 때 자주 한 단어를 꺼냅니다.
그것은 바로 "주아 드 비브르(joie de vivre)",
직역하면 '삶의 기쁨' 혹은 '살아 있음의 즐거움'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품은 뜻은 단순한 유쾌함이나 낙천성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세상을 대하는 한 민족의 철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들은 삶을 분석하기보다 맛보고,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발견하며,
인생을 소유하기보다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프랑스의 joie de vivre는 그러한 정신에서 피어난 언어입니다.

가을의 공기가 맑아질수록
이 말은 우리 마음에도 천천히 스며듭니다.

삶의 기쁨이란 화려한 성공의 순간이 아니라,
그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솟아나는 깨달음입니다.

한 잔의 차에서 피어오르는 김,
낙엽이 바람에 부딪히며 흩날리는 소리,
서늘한 공기를 가르는 빛 한 줄기—
이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의 언어"입니다.
그것을 느낄 줄 아는 마음,
그것이 바로 주아 드 비브르의 시작입니다.

삶의 기쁨은 행복의 이유를 찾는 일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들 안에서 감사의 근원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가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나무가 잎을 내려놓을 때,
그것은 죽음이 아니라 완성의 몸짓입니다.

잃음 속에서 충만을 배우고,
비움 속에서 빛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기쁨의 형태입니다.

가을의 바람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그 사라짐 속에서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살아 있음의 기쁨은 몸으로도 배웁니다.

손끝으로 낙엽의 바스락거림을 느끼고,
발로 차가운 흙의 감촉을 밟으며,
눈으로 단풍의 붉은 숨결을 따라가고,
코끝으로 바람의 냄새를 들이마실 때,
세상은 더 이상 바깥이 아니라,
우리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습니다

"세상은 나를 비추고 있고,
나는 그 빛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조용한 저녁,
가을빛이 길게 늘어진 시간 속에서

"내가 이 세상에 없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것은 또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그 단순한 깨달음 속에
모든 철학과 기도가 하나로 모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며,
세상이 제게 허락해준 하나의 은총입니다.

삶은 설명할 수 없는 선물입니다.

우리는 그 선물을 받아들이며
조용히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 가을의 빛 속을 천천히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대의 숨결, 그대의 시선, 그대의 따뜻한 손끝—

그 모든 것이 이미 찬미의 형식입니다.

Joie de vivre,

그것은 단지 "삶의 기쁨"이 아니라,
존재한다는 것의 경이,
**살아 있음 자체가 하느님의 시(詩)**임을 아는 영혼의 고백입니다.

살아 있음은 기적입니다.

그리고 그 기적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의 삶은 곧 찬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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