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기도와 믿음/조광호신부

주혜1 2026. 2. 15. 21:13

신앙은 감정이 아니라 방향이다
ㅡ기도와 믿음

오늘 제2 독서에서 바오로사도는
우리에게 눈에 번쩍 띄는 말씀을 하고계십니다.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

이 말씀은 바오로 사도의 깊은 신앙 고백입니다.
이 구절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전합니다.

첫째,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대와 상상을 넘어서는 차원에서 우리를 이끌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하느님의 선하심을 믿고
신뢰하는 태도가 곧 믿음이라는 진리입니다.

1. 우리의 기대를 넘어 일하시는 하느님
우리는 대개 ‘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기도합니다.
상황이 나아지고, 문제가 해결되며, 삶이 안정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준비하심은 단순히 우리의 바람을 조금 더 크게 이루어 주시는 차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신앙 전통은 오래전부터 하느님을 인간의 계산 안에 가둘 수 없는 분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의 염원과 기대에대한 응답의 연장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의 기준 자체를 바꾸시는 사건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성취를 기대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 존재의 깊이를 빚어 가십니다.

우리는 지금의 해결을 원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영원을 향한 성숙을 준비하십니다.

그래서 때로는 기도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응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도하는것이 이루어 지지 않은 것을 우리는 어떻게 감내 할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길은 멀리 돌아서 가고, 계획은 미뤄지고 멈추고, 이해되지 않는 시간이 자꾸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하느님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깊은 선으로 이끄시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이 사실을 믿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우리의 믿음이 되도록 우리는 은혜 청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계획을 보완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넓은 차원으로 들어 올리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2. 그 약속을 신뢰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렇다면 믿음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믿음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는 낙관이 아닙니다.
기도가 언제나 즉각적인 응답을 받는다는 보장도 아닙니다.
믿음은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인격적 신뢰입니다.
모든 것을 이해했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순간에도 하느님의 선하심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신앙은 단순한 지적 동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결단입니다.

보이는 조건보다 보이지 않는 약속을 더 신뢰하고,
현재의 손익 계산보다 하느님의 선하심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태도입니다.

감정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위로가 느껴지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바로 이 점이 가장중요한 관건이 될것입니다.
침묵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해 서 있고,
결과가 더디게 보일 때에도 그분을 신뢰하며,
삶의 길을 그분께 맡기는 것,
그것이 믿음입니다.

오늘 우리는 묻습니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붙들고 있는가, 아니면 하느님의 약속을 붙들고 있는가.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대보다 크시고, 우리의 상상보다 깊으시며,
우리의 계산보다 선하신 분이십니다.

그 다른 차원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것, 그 방향으로 자신을 맡기는 것,
바로 그것이 믿음입니다.
그래서 믿음은 감정의 위로가 아니라 삶의 방향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우리에게 항상 최선의 것이라 생각하지만 궁극적으로 참으로 우리에게 좋은것, 불변의 가치와 의미,행복을 마련하시는 하느님의 선하심, 그 사랑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얼어 붙었던 계절, 그 깊은겨울잠을 털고, 아주 조용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동검도사제관 창밖 상수리. 우듬지에 까치 부부는 마른 가지를 물고 세로 가로 길이와 깊이를 가늠하며 새집을 짓느라 분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