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학 (丹頂鶴)
조광호
신은 짓궂은 예술가
저 희디흰 설원
맨발로 서성이는 학의 정수리에
어찌하여
저토록 눈부신 선홍빛 점 하나
붉고 붉은
피빛으로
찍어 두셨는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제 스스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할
사랑의 불꽃 인장.
찍힌 줄도 모르고
눈 덮인 들판을 건너
물가를 따라
긴 그림자를 끌며
하늘을 가르는
키가 큰 단정학 울음
핏빛으로 물드는
오늘 이 저녁
사람아 사람아
은밀한 상흔(傷痕)으로
남은 이승의 사랑
이제는 더
야속히 생각 말고....
이제 저 어둠 속
가슴마다
머리마다
차가운 눈보라 휘날리거든
사랑하는 나의 신이시여
갯가 나루터
마지막 출항을 앞둔
낡은 목선 같은
내 혼에
저 단정학 정수리에
사랑의 인장을 찍어 두듯이
내 혼에도 마지막
뜨거운 혼불을 지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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