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하늘의 사냥개/ 조광호신부

주혜1 2026. 3. 3. 22:40

놀라운 사랑의 메타포
― 하늘의 사냥개

1.
때때로 시인의 고백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충격에 빠뜨립니다. 하느님을 “하늘의 사냥개”라고 부른 표현이 그러합니다.

아무리 도망쳐도 끝까지 따라오는 하늘의 사냥개라니, 이 대담한 비유 속에는 눈물겨운 영혼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Francis Thompson은 1859년 영국 프레스턴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한때 사제의 길을 준비 했었고, 의사가 되기를 권유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모든 꿈이 중단되었고, 런던의 차가운 거리는 그의 거처가 되었습니다. 가난과 굶주림, 아편 중독과 깊은 고독이 그를 짓눌렀습니다.

그는 신앙을 거부한 사상가가 아니라, 상처와 수치 속에서 하느님을 피해 끝없이 달아난 한 가여운 인간이었습니다.

그의 방황은 끝이없었고, 추락은 깊었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 같은 절망의 시간 끝에 그는 고백의 시를 한 편 남겼습니다.

긴 도망과 회복의 여정이 쌓이고 응축된 결과로 우리에게 전해진 불후의 명시가 바로
*하늘의 사냥개*
The Hound of Heaven입니다.

이 시는 순간적인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 살아남은 영혼의 최후 증언입니다.

2.
톰슨은 하느님을 “하늘의 사냥개”라고 불렀습니다. 참으로 절박한 체허의 대담한 비유입니다.

사냥개는 냄새를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끝까지 따라갑니다. 그러나 이 사냥개는 상처 입히기 위해 달려오는 짐승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것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형상입니다.

시의 화자는 고백합니다.

“나는 그분에게서 달아났습니다.

밤의 어둠 속으로, 감각의 즐거움 속으로, 인간적 사랑과 자연의 아름다움 속으로.”

그러나 그는 어디에서도 참된 안식을 찾지 못합니다. 그때마다 들려오는 발소리. 빠르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 걸음. 위협의 추격이 아니라 인내의 동행입니다.

그 발소리는 심판의 북소리가 아니라 은총의 리듬이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붙잡아 벌주시기 위해 쫓아오지 않으십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잘못된 곳에서 생명을 찾지 않도록 끝까지 따라오십니다.

우리의 양심 깊은 곳에서 하느님께서는 사냥개처럼 집요하게 우리를 부르십니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것을 빼앗으려 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시기 위해 끝까지 다가오십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의 불안하고 불편한 양심 안에서, 혹은 그 누군가의  숨겨진 깊은 의식 속에서. 하느님은 끝까지 그와 함께 동행하고 계실 것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끝자락까지도 말입니다.

시의 절정에서 화자는 완전히 지쳐 쓰러집니다. 더 이상 도망칠 힘이 없을 때, 비로소 음성이 들립니다.

““네가 사랑하던 것들이 너를 끝까지 채워주지 못한 것은 내가 그것을 없애서가 아니다.
나는 네가 그 모든 것 안에서 찾고 있던 참된 사랑이다.”

3.
“네가 찾던 것은 그것들이 아니었다.
너는 사실 나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라는

이 통찰은  고백록의 저자.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of Hippo)의 고백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당신께서 우리를 당신을 향하도록 지으셨으니, 우리의 마음은 당신 안에서 쉬기까지 안식이 없습니다.”

톰슨은 이 진리를 정반대의 길에서 체험하였습니다. 하느님을 향해 나아간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달아났음에도 결국 그 사랑에 붙들린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는19세기 런던의 골목과는 다른 모습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달아나고, 자기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숨으며,  끈질긴 죄와 욕망 속으로, 좌절의 늪 속에 몸을 던집니다.
때로는 위선 속에서 하느님을 피해 숨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사냥개는 서두르지 않으십니다. 조용하고 단호한 걸음으로 우리의 삶을 따라오십니다.
이 메타포가 놀라운 이유는 그 역설에 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했던 추격이 사실은 가장 안전한 보호였다는 깨달음입니다.

우리가 자유를 잃을까 염려했던 붙들림이 오히려 참된 자유였다는 발견입니다.
프랜시스 톰슨  , 그는 상처 입은 시인이었고, 살아남은 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상처 때문에 그는 그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발소리가 위협이 아니라 사랑이었음을 마침내 그는깨달았습니다.
도망의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고백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추격하신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으려 따라오셨다는 것을.
그분의 집요함은 심판이 아니라 자비였고, 그분의 끈질김은 구원이었습니다.

4.
오늘도 어디선가 조용히 들려옵니다. 느리지만 분명한 발걸음.

그것은 우리를 몰아세우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 안의 가장 깊은 갈망을 향해 다가오시는 사랑의 걸음입니다.
우리를 쫓는 발소리처럼 들렸지만,
실은 우리를 잃지 않으려는 심장의 박동이었습니다.
우리가 끝내 멈추어 서서,
더 이상 달아나지 못해 고개를 들 때,
그분은 멀리서 달려오시는 분이 아니라
이미 곁에 서 계셨음을 알게 됩니다.
한 번도 떠나신 적 없이,
우리의 가장 어두운 밤과 가장 깊은 상처 속에서도
조용히 함께 계셨던 분.
그래서 우리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했던 그 추격은
심판이 아니라 자비였고,
집요함이 아니라 신실함이었으며,
붙들림이 아니라 구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발소리는 멈춥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침내
그 사랑 안에
안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오늘도
저 강화 갯벌에  봄비를 맞고 있는
빈 배처럼 그 누구를  끝없이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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