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신작시 발표 / 미네르바

주혜1 2005. 8. 8. 11:51
 


일몰.10



그가 떠나던 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던 비는

내가 잠든 사이 출렁거리는 물결로 나를 안아주고

잠에서 깨기 전에 사라져버렸다


맞은 편 산이 다가왔다 멀어지다가

기어이 빙빙 돈다.

헝클어지는 머리카락, 짓뭉개지는 하늘

그의 입김으로 피고

그의 손끝으로 지던 날들을

손가락 끝에 모아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사랑해

 

이 한 마디 말의 힘으로

피가 흐르듯 아픈 가슴의 상처를 감싸며

이제는 도망치거나

되돌아갈 수 없는 어둠 속에 앉아

홀로 있다

희뿌옇게 밝아오는

여명의 햇살만이 얼얼한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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