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사과바다 네가 얼굴부터 붉히는 이유가 뭐야 하늘이 푸르고 태양이 빛나는 것이 반쯤은 너 때문일 수도 있겠지 가끔 마른번개 꽂힐 때 탱탱하게 물 오른 두 볼에 든 모든 추억들을 더 이상 가둬둘 수 없음도 알아 네가 푸른 옷을 입고 창밖에 서 있을 때 네게선 이미 파도소리가 났어 지치고 파리해 보였지만 흡사 아름다운 조각 같았지 나는 손을 내밀지는 않았지만 바다가 너를 안고 쓰러질 때 입안 가득 고여오는 시새움에 눈을 감았어 자갈들은 바글바글 떠들어댔고 뒤쫓아오는 햇빛에 너는 물속으로 물속으로 도망을 쳤지 '참 신선하구나' 하고 느꼈어 이 밤, 나도 너처럼 얼굴 붉힐 일 하나 찾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