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도 몇 차례 비 끝에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 되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무더웠던 올 여름이 우리 학교는 개교 20여년 이래 가장 바쁘고 활발하게 움직인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개학에 맞춰 건립한 교육정보관과 자연학습원 조성이 땀과 함께 그 결실을 이루어 번듯한 건물로 들어서 학생들과 교직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버려진 것처럼 있었던 자연학습원은 앞산에 있던 나무 의자 주변의 흙을 깎아서 공간을 좀더 넓혔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우리나라 야생화와 식용, 약용작물, 그리고 노랑어리연과 수련을 비롯하여 온갖 꽃모종을 옮겨 심어 명실상부한 자연학습원의 면모를 갖추고 정성들여 가꾸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뿌리 내린 꽃나무들이 제자리를 잡고 여러분의 눈길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꽃을 피울 준비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문을 연 English only Zone과 어학실, 수학교실에서는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한 외국어 습득과 수준별 이동수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꽃과 나무와 그리고 여러분이 함께 어우러진 야외학습장에서 살아있는 열린 교육을 할 교사와 학생들은 수업을 기다리면 벌써부터 가슴을 설레고 있습니다.
새 교육정보관에서 여러분들은 더욱 더 쾌적한 환경에서 빠르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느리고 불편했던 점을 모두 보완해 놓았으므로 여러분은 이제 아무런 장애 없이 마음껏 정보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이 모두 참 정보는 아닐 것입니다. 참 정보라 하더라도 모두가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에 따라 필요한 정보가 다를 것입니다.
금을 얻으려는 사람이 모래 속에서 사금을 골라내어 가공하듯, 그 많은 정보 중에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심마니들이 산에 무수히 많은 산나물, 약초, 이름 모를 잡초 중에서 산삼을 찾듯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신속하지 못한 정보는 새로운 정보라기보다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상식으로만 이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21세기라는 단지 시대적 변화만이 아니라 ‘정보화 사회’ 라는 인류 문화사적 대 변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 농경사회는 토지를 바탕으로 농산물로 살아갔으며, 산업사회는 자본과 자원을 바탕으로 한 공산품의 경제활동이었으나 이제 ‘정보화 사회’는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시대입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가장 소중한 가치이며 경제활동의 수단이 되는 사회를 ‘정보화 사회’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정보의 혁명이라고 부르는 인터넷 등 컴퓨터 통신 사용자들이 급속히 늘어 2004년에는 전 세계 네티즌 인구가 11억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에 비추어보면 정보관이 들어선 것은 어쩌면 늦은 출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보사회에서의 경쟁력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시간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보다 빨리 수집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미래사회에서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재산이요, 가치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갖는 정보화 시대에 우리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미래사회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러나 정보의 활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잘 보존하는 일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아무리 새 것이 좋다 한들, 영원히 새 것으로 남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깨끗이 관리하려는 노력이 있는 한 그것은 영원한 새 것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여럿이 사용하는 물건이야 더 말할 것이 없겠지요. 공동으로 관리하는 곳일수록 내 것보다 더 소중히 다루어야 함은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의무요, 책임이라 하겠습니다. 해서 어느 분은 정보의 바다라고 일컫는 인터넷을 여럿이 사용하는 ‘공동우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소중하고 깨끗이 사용하지 않으면 오염된 우물가처럼 되어 온 동네 사람들이 병에 걸려 고생한다는 얘기겠지요. 정말로 적절한 비유라 하겠습니다. 거짓 정보와 남을 비방하는 정보,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손상시킨다든지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시키는 행위에 대한 대처 능력도 키워 애써 만든 정보를 잘 보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니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개학하자마자 새로 지은 교육정보관에 들어선 교실을 꾸미기 위하여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새 칠판과 게시판을 붙이고, 새 책상과 의자를 옮기고, 컴퓨터실과 도서실 이전을 위해 컴퓨터와 책들을 이동하는 학생들의 어깨는 오히려 가벼웠습니다. 새 도서실로 무거운 책들을 나르면서도 학생들은 힘들다는 내색도 없이 마치 새집으로 이사 가는 기쁨에 찬 함성까지 지르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흐뭇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정보관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하자 성급한 선생님께서는 앞다투어 수업을 시작하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도서실의 책들도 더 의젓한 모습으로 학생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도서실이라기보다 도서관이라고 해야 더 어울리는 곳을 찾는 학생들 또한 예전보다 훨씬 더 세련된 태도로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어찌 그리 의젓한지요! 요즘시대는 과거 100년이 걸려서 하던 일이 10년이면 완성되고, 10년이 걸리던 일이 1년이면 완성될 정도로, 급속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명의 발달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것이 컴퓨터에 의한 정보화 영향이라는 데에 여러분도 공감할 것입니다.
이제 차분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새로 건립된 교육정보관의 주인이 되어 사용뿐만 아니라, 관리 면에서도 훌륭한 주인의 마음이 되어 소중한 여러분의 재산을 가꾸어 주기 바랍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중히 다루지 않는 친구가 있으면 조용히 타일러서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지금처럼, 처음처럼 그렇게 깨끗하게 보존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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