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이라는 영화가 한때 크게 히트한 적이 있습니다. 앙리 살리에르‘ 라는 실존인물의 체험을 토대로 꾸민 영화인데 살인의 누명을 쓰고 무고한 옥살이 끝에 지옥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스토리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받았습니다. ’빠삐용‘은 재판 중에 무죄를 주장합니다. 자신은 사람을 죽인 일도 없으며 떳떳하게 살았노라고 항변을 합니다. 그러나 재판관은 한 마디로 잘라 말합니다.
"법은 어기지 않았을지 모르나 너에게는 인생을 낭비한 죄가 있다. "
‘빠삐용’은 유죄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그 지옥 같은 옥살이를 합니다. 그렇습니다. 분명히 법에는 없는 죄목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살 권리가 있습니다. 교회에 나가고 안 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권리이듯이…….그러나 진정한 자유를 상실하고 난 후 ‘빠삐용’은 이렇게 절규합니다.
“열심히 살았다면 인생을 낭비한 죄는 면할 수 있었을 텐데…….”
교직에 있는 저는, 요즘 학생들의 생각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들의 생활 태도는 이해하려고 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대부분 선생님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이 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하는 학생들의 장래입니다. 지적을 하고 야단을 치다보면 위기감마저 도는 때도 있습니다. 예전엔 ‘사랑의 매’라고 불렀으나 이제는 함부로 그러다가는 다치는 수가 있으니 우회적인 방법을 쓰거나 아예 무관심해 버리곤 합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에게 학교에 바라는 게 뭐냐고 물으니 두발 자유라고 부르짖는 걸 보고 아연했습니다. 지금도 선생님들의 단속을 외면하면서 충분히 자유스런 두발을 하고 있건만. 학교에 바라는 게 고작 두발 자유라니요.
학생이 공부에 소홀하고, 선생이 학생을 외면하고, 주부가 가정을 버리고, 국민이 자연을 훼손하는 사회, 이것을 막을 방법을 물으면 구구하긴 해도 이구동성으로 가정이라고 말합니다. 일전에 작가 유홍종님께서도 “엄마 입을 닮았네.” 라는 칼럼에서 이야기 하셨듯이 가정이 아이들의 모범인 것입니다.
학교를 잠시 쉬다가 다시 교단에 선 제가 가장 놀란 것이 바로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태도입니다. 분명히 잘못한 학생이요, 그의 부모임에도 교사 앞에서 죄송스런 표정을 보이기는커녕 당당하고 어쩌면 뻔뻔스런 태도에 기가 막혀 차라리 웃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이 학교에서 잘리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면 그만이고, 그곳에서 잘리면 또 다른 학교로 전학가면 되니 아무데서나 졸업장만 받으려는 식입니다. 그 애들이 흐려놓은 분위기 수습은 모두 교사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요즘 학생들을 보면, 마치 신의 은총에서 멀리 떠난 상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도 신앙심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것은 어쩌면 영웅적인 행동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학교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옛날 제자들과 한 자리에 앉아 “너희들은 안 그랬는데......“ 하면 그들은 머리를 숙이며 ”저희들이 잘못 길러서 그렇습니다. 너무 힘들게 살아서 편하게 길러온 것이 그만......“ 하고 말합니다.
부모들은 더 이상 가족들에게 정신적 유산을 남기길 포기해 버린 것만 같습니다. 아무도 이젠 가정에서 헌신이나 사랑이나 질서나 신념이나 예의에 관해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만 같습니다.
신학자 하아비 콕스는 ‘세속 도시’ 속에서 한 인간이 생의 의미나 도덕적 가치를 조롱하는 그 냉소로부터 세속화가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인생에 대해 거룩하고 향기로운 상징들은 모두 무너지고 인간 영혼의 방부제 역할을 하던 종교나 신화는 지나치도록 사사로운 것이 되어 버리는 슬픈 과정이 바로 세속화의 길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여정은 자신을 갈고 닦아서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항로입니다. 우리는 더 큰 항해를 향해 나아가 줄 것을 자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다고 국적을 바꾸라는 얘기는 아니고, 가정과 교회가 함께 그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학습이나 행동, 어느 면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학생이거나, 꾸중을 할 때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른 학생들 중 대부분이 종교를 갖고 있었습니다.
부유해지고자 유명해지고자 바쁜 현대 사람들. 그것이 허망한 욕망일 따름이라는 걸
조금 일찍 깨닫고, 세속화의 길을 걷는 자식들의 인생을 위해 책임 있는 선택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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