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새 세상 여시고 편히 쉬소서

주혜1 2008. 3. 28. 13:26
 

새 세상 여시고 편히 쉬소서

                -이상현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에 바쳐


지난가을, 

감이 빨갛게 익어갈 무렵,

“예쁘게 바라만 봐 주세요.”

감나무 가지에 편지를 매달았습니다.

그 편지를 읽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랑의 종소리가 댕댕댕 울려 퍼졌습니다.


아름다운 그 마음, 그 손길로

나무를 가꾸고, 꽃나무를 키우며

천진스런 생명들을 가슴으로 안았으니

당신의 그 큰 뜻은

하늘로 하늘로 곧게 곧게 자랄 것입니다.


일찍이

의인 몇이서 광야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듯이

시린 삼동 견디고

척박한 땅에 거름을 일구며

가슴으로 가슴으로 어린 나무를 가꾸느라

한평생 촛불 되어 온몸 다 태우더니

이제 그만 쉬려 하십니까

아직도 당신의 손안엔 많은 씨앗이 있건만.


단잠 한 번 못 이루고 달려온 40년 星霜,

때로는 거슬리는 물결이 몰려와

가슴을 아리게 하면

허허허 소박한 웃음으로 노래 부르며

새로운 물길을 열어

너도 나도 자연도 모두 한 몸을 만드는

당신이시여!


이제 스승이라는 무거운 등짐 풀어

남은 생 갈고 닦아

새 세상 열고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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