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상 여시고 편히 쉬소서
-이상현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에 바쳐
지난가을,
감이 빨갛게 익어갈 무렵,
“예쁘게 바라만 봐 주세요.”
감나무 가지에 편지를 매달았습니다.
그 편지를 읽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랑의 종소리가 댕댕댕 울려 퍼졌습니다.
아름다운 그 마음, 그 손길로
나무를 가꾸고, 꽃나무를 키우며
천진스런 생명들을 가슴으로 안았으니
당신의 그 큰 뜻은
하늘로 하늘로 곧게 곧게 자랄 것입니다.
일찍이
의인 몇이서 광야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듯이
시린 삼동 견디고
척박한 땅에 거름을 일구며
가슴으로 가슴으로 어린 나무를 가꾸느라
한평생 촛불 되어 온몸 다 태우더니
이제 그만 쉬려 하십니까
아직도 당신의 손안엔 많은 씨앗이 있건만.
단잠 한 번 못 이루고 달려온 40년 星霜,
때로는 거슬리는 물결이 몰려와
가슴을 아리게 하면
허허허 소박한 웃음으로 노래 부르며
새로운 물길을 열어
너도 나도 자연도 모두 한 몸을 만드는
당신이시여!
이제 스승이라는 무거운 등짐 풀어
남은 생 갈고 닦아
새 세상 열고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