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풀꽃의 잠 김주혜 다가갈수록 아득해지는 초록의 벽이에요 내 눈이 온통 초록빛이에요 부르면, 초록 너머 저 편에서 황금색 등을 켠 빛의 조각들이] 푸른 하늘을 받아 쪼개지고 있어요 파랗고 조그만 알갱이들은 조금씩 온도를 높이며 위로 떠올랐어요 발밑에선 세찬 물기둥이 즐거운 목소리로 흐르며 다가왔어요 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문을 나섰어요 나는 바람이 되어 잠든 풀꽃을 깨우고 그는 뿌리로부터 걸어나오는 풀꽃의 잠이었어요.